가을이 오는 대장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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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호 기사입력| 기사입력 06-09-04 15:52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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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모내기가 한창일 때 찾았던 대장동 마을을 오랫만에 다시 둘러보았다.
그동안 쑥쑥 자란 벼는푸른 줄기마다 실한 이삭을 한아름씩 안고 서있었고, 부쩍 높아진 하늘에는 잠자리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유난히도 길었던 장마와 그 끝을 알수 없을 만큼 맹위를 떨쳤던 무더위도 자연의 섭리는 막을수 없었던듯 가을을 재촉하는 바람에 저만치 밀려나 있었고, 누렇게 익어가는 호박이며 아직은 푸른 껍질속에서 영글어가는 밤송이, 탱글탱글 살이 오른 대추가 저마다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빨갛게 익은 고추를 집 앞마당에 말리는 동안 그 옆을 지키던 백구가 지나가던 사진쟁이에게 꼬리를 흔들어 대며 반긴다.
고추를 말리는 동안 막걸리에 두부김치로 새참을 드신 동네아저씨가 고추를 걷기 시작하자 대장마을 통장님도 푸대자루를 들고 거들고 백구도 신이나서 이리저리 몸을 흔들어댄다.
담벼락 옆 텃밭에 심은 고추를 살피던 할머니는 사진쟁이에게 '뭣에 쓰려고 사진을 찍냐'고 묻고, '그냥 시골 풍경이 좋아서 찍어요'라는 말에 '팔자 좋은 양반이구먼' 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신다.
집앞 마당에서는 할아버지가 정성스럽게 다듬어둔 빨간 고추가 눈길을 잡아당기고, 마을 입구에서는 지난 봄에 온동네 사람들이 함께 심은 색색의 꽃들이 자태를 뽐낸다.
대장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목공소에서는 주문받은 문짝을 정성껏 만들고 있는 목수아저씨의 손길도 바쁘게 움직이고.....
목수 아저씨에게 얻어마신 막걸리 한잔에 기분 좋게 마을을 빠져나와 왕거미 집을 지어놓은 뚝방길을 따라 걸었다.
대장동 들판에 물을 공급하는 수로에는 물속에 숨은 붕어를 가운데에 두고 낚시꾼 아저씨와 사냥꾼 백로가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었다.
사냥에 열중하던 백로에게 몰래 카메라를 들이대자 성가신듯 흘깃 쳐다보고는 오정대로 다리 저편으로 날아가버렸다. 성질하고는...
주변에서 휩쓸려온 쓰레기가 수면을 채우고 있어도 물은 유유히 제 갈길을 가고 낚시꾼들은 세월을 낚는다.
노란 해바라기와 빨간 파라솔, 그리고 보랏빛 꽃잎들이 대장동 들판에서 저마다 자태를 뽐내며 사진쟁이를 유혹한다.
오정동 마을과 대장동 들판을 잇는 낡은 다리를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 사람들.
아아... 정말로 가을이 오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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