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지난 연애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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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호 기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기사입력| 기사입력 14-04-20 10:15본문

1973년 중학교 2학년때 군인아저씨에게 보낸 위문편지의 답장을 시작으로 사춘기를 거치면서 밤새 애끓이며 썼다 지우길 반복하며 주고받았던 수많은^^ 여자친구들의 편지와, 학창시절 친구들과 변함없는 우정을 다짐했던 편지, 그리고 군대시절 부모님과 형제들 또 친구들로부터 받은 수많은 추억의 기록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던 겁니다.
태극기가 그려진 10원짜리 우표에 희미한 소인이 남아있는 낡은 봉투를 열고, 그 속에서 나온 누렇게 바랜 편지들을 한줄한줄 읽으며 그 시절의 내 모습과 희미하게 떠오르는 옛친구들의 얼굴을 한참동안 떠올렸습니다.
지금은 참 유치하고 우습지만 그때는 너무도 애틋했었을 여친과의 속삭임들, 철부지 친구들과 나누어가졌던 희망과 그속에 숨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들이 한참동안 저를 30년 전의 아련한 과거 속에서 머물게해 주었지요.
가진것도 내세울것도 없는 사진쟁이로 남은 지금의 내모습이 그때에 내가 꿈꾸던 미래와는 많이 달라져 있지만 아무러면 어떻습니까?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고 내 고집대로 살아왔으니 그다지 억울할 것도 없지요.
문득 1980년 3월이라 찍힌 소인에 눈길이 멈춘 순간, 빛바랜 편지 속에서 지금의 내 딸 은송이보다 어렸던 스물 한살의 여친이 내게 말합니다.
" 우리의 병은 철저하게 고민하지 않고 철저하게 절망하지 않는데서 오는 것 같아요..."
최면에서 깨어나듯 머리를 한번 휘젓고나서 거울을 보니 벗어진 이마와 주름진 얼굴의 낯선 사내가 눈앞에 있었습니다....
그래 친구야... 좀더 철저하게 절망하고 죽도록 고민도 해보자...ㅠㅠ
2014년 2월 1일.


댓글목록
나크내님의 댓글
나크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36년 전 쯤 보낸 내편지도 저 뭉치 속에 있나 궁금하군요
우편번호 대충 써도 잘 가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회기동 장수네, 대신동 찔개, 목포 팔복상회, 이문동 세연.........한장의 편지가 주마등, 파노라마현상을 일으키네요
부천라이프 번창하여 경기라이프 ...수도권라이프로 발전하기 바라며 36년 후에도 같이 숨쉬기를 바랍니다
김창호 기자님의 댓글
김창호 기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오래된 편지보다 더 소중한 것이 오래된 친구겠지요. 옛날 학창시절 이경자 교수님 강의 중에 들었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오래된 기억이라 정확하진 않지만 '사람 상호간의 커뮤니케이션은 공통적으로 나눠가진 경험이 많을수록 더욱 잘 이루어진다'라는 내용이었지요. 그런 조건에서 보면 36년 전에 손으로 쓴 편지를 보냈던 친구가 지금도 키보드를 더듬거리며 이런 댓글을 달고 있다는건 참으로 소중한 인연이라 할수 있을 겁니다. 36년 후엔 또 다른 방법으로 소식을 전해오겠지요. 그때까지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